개발 일지

안드로이드 17 정식 출시 D-1, 6년차가 베타 한 시즌을 돌아보며

stackD 2026. 6. 15. 23:48
반응형

 

얼마 전 후배가 "이번 안드로이드 17 베타 1부터 메인 폰에 깔까요?" 묻길래 말렸어요. 6년 전 저도 같은 실수로 결제 앱이 죽어서 식당에서 멍하니 서있었거든요.

 

안드로이드 17 시나몬 번 D-1, 또 돌아오는 6월

이번 주 안드로이드 17, 코드네임 시나몬 번(Cinnamon Bun)이 픽셀(Pixel) 라인업으로 정식 출시 임박입니다. 작년 안드로이드 16이 6월 10일에 풀렸으니 거의 같은 시간표지요.

 

6년 전 첫 베타에 손댈 때만 해도 '신기능 빨리 만져보자'는 설렘이 컸어요. 지금은 솔직히 그 절반이 직업병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베타 1 노트를 받자마자 떠올리는 게 "이번엔 또 어디가 깨졌을까"라는 한 줄이에요.

 

특히 올해는 기존 디벨로퍼 프리뷰(Developer Preview)가 안드로이드 캐너리 프로그램(Android Canary Program)으로 재편된 첫 사이클이라 감회가 좀 더 남달랐어요. 트랙이 두 줄로 갈라지다 보니 어디부터 따라가야 하는지 정리하는 데만 며칠을 썼습니다. 매년 4월 베타 4 직후(플랫폼 스테이블은 3월 베타 3 시점)에 평소 작업 흐름을 한 번 멈추고 트랙 정리를 다시 해야 하는 시기가 와요.

 

안드로이드 17 베타에서 따라간 것과 흘려보낸 것

2월 베타 1부터 4월 베타 4까지, 솔직히 다 따라간 게 아니었어요. 메인 폰은 끝까지 안드로이드 16 그대로 두고, 서랍에 있던 픽셀 7만 테스트 디바이스로 돌렸습니다.

 

직접 만져본 건 두 가지였습니다. EyeDropper API는 화면 캡처 권한 없이 색상을 뽑을 수 있어서 디자이너 도구 만들던 사이드 프로젝트에 바로 끼워봤네요. 버블스 윈도잉 모드도 멀티태스킹 UX 실험 차원에서 한 번 켜봤어요.

 

반대로 의식적으로 흘려보낸 게 제미나이 인텔리전스(Gemini Intelligence)였습니다. 핵심 신기능이긴 한데 RAM 12GB 이상에 제미나이 나노(Gemini Nano) v3가 깔려야 동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저희 회사 타깃 기기 평균이 RAM 8GB라, 솔직히 지금 분기 작업물에는 의미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베타 1, 2는 아예 손도 안 댔어요. 매년 초기 베타는 발열·배터리·결제 앱 충돌이 어김없이 올라오는 구간이라, 플랫폼 스테이블(Platform Stability) 표시가 붙는 베타 3 이후에만 테스트 디바이스에 올렸습니다.

 

 

안드로이드 버전 대응 우선순위, 6년이 알려준 순서

6년 굴려보면서 정리된 우선순위가 딱 하나 있어요. 새 안드로이드 버전이 풀릴 때 챙길 항목은 이 순서가 가장 안전합니다.

 

  1. 동작 변경(behavior changes)부터 봅니다 — targetSdk와 무관하게 모든 앱에 적용되는 항목이라 위험 순위가 가장 높아요.
  2. 다음은 targetSdk 강제 변경 항목입니다 — 새 targetSdk로 올릴 때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영역이지요.
  3. 그다음이 신규 권한이에요 — 사용자 동의 흐름이 통째로 바뀌는 자리니까요.
  4. 새 API는 마지막입니다 — 신기해 보여도 출시 직후 폭탄이 터지는 자리는 여기가 아니거든요.

 

체감상 출시 직후 들어오는 크래시 보고는 1~2번에서 터질 때가 많습니다. 새 API가 신기해서 4번부터 들여다보다 보면, 막상 진짜 폭탄은 백그라운드 작업·포그라운드 서비스·알림 같은 동작 변경 쪽에서 터지더라고요.

 

그리고 하나 더 — 마지막 메이저 업데이트를 받는 픽셀 6 시리즈와 신기능이 다 들어오는 픽셀 10 시리즈는 코드 경로를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픽셀 6는 안드로이드 17이 마지막 메이저 업데이트로 알려진 모델이고 올해 하반기 중 지원 종료가 예정돼 있는 상황이라, 이쪽 사용자에게 제미나이 인텔리전스 기반 신기능을 권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targetSdk 37 적용과 D+7 머지 흐름

내일 D-Day에는 거창한 작업 안 합니다. 테스트 픽셀 7에 OTA 업데이트만 받고 평소 쓰는 시나리오(결제, 알림, 백그라운드 동기화)를 한 번씩 굴려요. 베타 빌드를 다 깔아온 기기는 보통 OTA로 데이터가 살아남지만, 일부 베타를 건너뛴 기기라면 공장 초기화가 필요할 수 있어서 백업은 미리 빼둡니다.

 

D+3 안에 플레이 콘솔(Play Console) 사전 출시 보고서와 ANR·크래시 대시보드를 작년 같은 주차와 나란히 놓고 봅니다. 작년 안드로이드 16 출시 직후엔 백그라운드 작업 쪽 변경에서 신규 ANR 패턴이 잡혔어요. 올해도 비슷한 자리부터 의심하고 들어갈 생각입니다.

 

targetSdk를 37로 올리는 PR은 D+7쯤 띄워두고, 머지는 일주일 더 관찰한 뒤에 합니다. 정식 빌드라고 해도 첫 주에 패치 한두 번은 따라오는 일이 많아서, 그 흐름을 보고 코드를 반영하는 편이에요.

 

참고로 저는 회사 메인 폰 외에 픽셀 7과 픽셀 8a 두 대를 베타·정식 검증 전용으로 분리해두고 있어요. 결제 앱이 멈춰서 식당에서 멍 때리는 일을 한 번 겪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됩니다.

 

 

버전은 또 오고, 저는 또 고릅니다

내일 아침이면 OTA 알림이 픽셀 7에 뜰 겁니다. 6년 전 첫 베타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진 않아요. 대신 어디부터 눌러볼지, 어떤 대시보드를 어떤 순서로 열지가 머릿속에 그려져 있습니다. 그 그림이 6년치 베타 시즌이 남긴 가장 큰 자산이라고 봐요.

 

다음 주 월요일 아침, 출근해서 PC를 켜고 가장 먼저 여는 창은 플레이 콘솔 크래시 대시보드일 겁니다. 그 화면에서 작년 같은 주차의 그래프와 올해 그래프를 나란히 띄우는 순간, 6년 전 식당에서 결제 앱 멈춤 화면을 보던 저와 지금 두 대의 픽셀을 따로 굴리는 저 사이의 거리가 한 번에 보일 거예요. 그 자리에서 내년 안드로이드 18 대응의 출발선이 다시 그어지겠네요.

 

반응형
LIST